회사에서 책 읽기 - Q. 지적자본은 누가 만드나요?

지적자본론은 츠타야 서점을 기획해 성공시킨 마스다 무네아키의 경영 철학이 오롯이 담긴 책이다. 만 명에 이르는 회원을 거느리고, 140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츠타야. 이것을 기획하고 완성한 CCC의 최고경영자 마스다 무네아키가 마침내 독자적인 경영 철학을 한 권의 책으로 블라블라블라. 이 책은 출간 직후부터 지금까지 짱 많이 팔렸다.

회사에서 책읽음 ㅎㅎ

내가 이 책을 집어든 건 첫째, 회사에 있는 책 중에 제일 재밌어 보여서 둘째, 회사에 있는 책 중에 제일 작고 얇아서(…)다. 이 책은 CCC(Culture Convenience Club Co., Ltd.)의 성공철학을 지적자본을 토대로 분석하고 있다. 부제는 ‘모든 사람이 디자이너가 되는 미래’. 근데 나는 이 책을 조금 다른 관점에서 해석하고 싶다.

<49p> ‘제안 능력’이 있어야 한다. 플랫폼은 수없이 많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것들은 단순히 ‘선택하는 장소’일 뿐, 플랫폼에서 실제로 선택을 수행하는 사람은 고객이다. 그렇다면, 플랫폼 다음으로 고객이 인정해줄 만한 것은 ‘선택하는 기술’이 아닐까. 각각의 고객에게 높은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상품을 찾아 주고, 선택해 주고, 제안해 주는 사람. 그것이 서드 스테이지(third stage)에서는 매우 중요한 고객 가치를 낳을 수 있으며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게 해 주는 자원이다.

조직은 필연적으로 어떤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존재한다. 내가 생각하는 버즈니의 기능은, “하나의 프로덕트인 홈쇼핑모아를 잘 운영하고 발전시켜서 그와 관련된, 혹은 더 나은 수준의 기술을 쌓아 각 유저에게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상품을 빠르게 찾아 주고, 유저가 가장 마음에 드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상품 콘텐츠로 제안해 주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다. 나는 우리 서비스가 어느 정도는 이걸 이뤘다고 본다.(주관적인 의견입니다.)

CCC는 약 4500만명의 회원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1995년과 2000년 사이 어딘가 쯤의 우리나라 전체 인구와 맞먹는다.(출처: 통계청, 2006) 나는 이에 못지 않게 우리도 모수가 크고 유의미한 유저 데이터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그 데이터를 원천으로 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홈쇼핑모아의 사용자 가치를 낳아 원하는 것을 한 단계 한 단계 이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끊임없이 진화하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 피카츄가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을지는 트레이너인 지우를 포함해 그 누구도 모른다. 안 해봤으니까 모른다. 피카츄는 사실 전 지구적 미래산업을 이끄는 신 재생 에너지의 핵심 원천이 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뎅…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나한텐 ‘더’라는 것에서 한계가 없는 서비스가 좋은 서비스다. 그리고 그게 우리 꺼면 더 좋겠다.

피카? ♥

아무튼 그 안에서 내가 하는 업무 중 가장 큰 비용(시간적인)을 투입하고 있는 건 모니터링 업무다. 우리 서비스가 잘 굴러가고 있나. 어디서 요상한 버그가 발생하지는 않았나 체크하는 작업. 나는 이 업무를 하면서 유관된 사람들에게 다양한 질문을 했다. “이건 왜 이렇게 보이나요?, “여기 이 부분 좀 이상하지 않나요?”, “제가 잘 이해가 안 가서 그러는데, 조금만 쉽게 설명해주시겠어요?”. 물음표살인마가 되어가고 있었지만 아무도 내 물음표를 뺏거나 질문을 저지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나는 작은 버그에서도 여러가지를 배울 수 있었다. “이슈 업을 하기 전에 (1) 먼저 재현이 가능한 환경과 순서를 명확하게 정리하고, 가능하다면 (2) 예상하는 버그 발생 이유와 정상적인 케이스에 대한 판단도 해서 같이 전달 해야겠다.”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됐다.

나는 서비스 내에서 발견하는 버그들을 보고 연구하면서(사실 연구는 다른 분들이 합니다.) 내 서비스에 대해 배운다. 여기서는 나 같은 개알못도 이런 고민의 경험들로 성장한다. 계속 성장해서 인정받는 일을 하고 싶다. 우리 서비스 안에서 뛰어난 사람들과 좋은 기획자로 커가고 싶다. 속력이 붙어서, 나 또한 보조바퀴 없이도 넘어지지 않고 잘 달리고 싶다.

가즈아아아

So, 제목에 답할 시간이 왔다. 그래서 지적자본은 누가 만드나요? 정답은 회사가 만든다.

<76p> **내가 사장이고 그들이 사원이라고 해서, 나는 자본가이고 그들은 노동자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관계는 결코 그런 도식으로 표현될 수 없다. 그들이야말로 확실한 ‘지적자본’을 보유하고 있는 자본가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도 그들과 나는 직렬 관계가 아니라 병렬로 놓인 관계다. 그런 인식 없이 우수한 전문가와 협업 관계를 구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

지적자본은 사실 누구나 가지고 있다.(ㄹㅇ?) 근데 그건 ‘자유’가 뒷받침 되어있을 때에야 비로소 튀어나온다. 여기서 말하는 자유는 정신적인 것과 육체적인 것을 아우르는 온전한 ‘나’의 자유이며, 통상적인 ‘자유롭다’의 의미와는 또 다른 복합적인 개념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어디에 있나? 회사에 있다. 우리는 관악구 남부순환로 1832 오선빌딩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낸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를 보장해줘야 하는 것도 회사고, 지적자본을 발현해주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조직이 해야 할 일이다.

조직 안에는 여러 이해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중에서도 특이 케이스로 분류되는 어려운 관계들이 있다. 존경하지만 핍박하는 상사, 자기 검열을 즐기지만 왠지 실수가 잦은 부하 직원, 우선순위 산정에 무뎌 일의 빠르기를 늦추는 동료 등등. 이 곳에서 일한 시간을 전부 더해도 1년이 채 안되지만 나름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이 안에선 그런 사람을 만날 가능성이 적다. 나는 그 까닭을 곳곳에 ‘자유’가 스며있다는 데서 찾는다.

<148p> 자유를 입에 담기는 간단하지만 지속적으로 자유를 유지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것을 관철 하려면 사명감이 필요하다. 자유.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자유. 그것을 얻으려면 신용이 필요하다. 약속을 지키고 감사를 잊지 않는 인간으로서 신용을 얻어야,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인간은 비로소 자유를 손에 넣을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

저자는 책 속에서 지속적으로 휴먼스케일(human scale)을 강조한다. 다음과 같은 의미로 이 단어를 사용했다.

  1. 사람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스케일
  2. 동료와 일체감을 가질 수 있는 스케일(개인적으로는, 우리 모두가 하나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몇 층에서 일하든 무슨 직군이든 어느 정도는 동질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함. 헤헤.)
  3. 그리고 그 안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스케일

원래는 인테리어 용어사전에나 등장 하는, 조직행동이나 관리론과 1도 상관없는 단어다.

아무튼 저자의 말에 따르면, 조직 안에서는 자유가 ‘약속’과 ‘감사’라는 신용 안에 존재한다고 한다. 나는, 조직 안에서의 약속이란 정해진 기간 내에 당사자들이 맡은 일을 제대로 해내는 것이며, 감사는 그런 협업관계에 놓인 누군가의 ‘열일’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회사 사람들이 휴먼스케일을 가졌으면 좋겠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일들을 여기서 즐겁게 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가 서 있는 이곳을 자유로운 그곳으로 정의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나는 버즈니가 그런 느낌적인 느낌을 들게 하는 조직이 충분히 되고도 남을 거라 믿는다. Fin.